문일고 2학년, 영어 30점대. 그 아이가 처음 저한테 한 말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머리가 나쁜 줄 알았어요."
아니었습니다. 이 아이는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그동안 아무도 어디서 막혔는지 봐주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30점대라는 숫자 뒤에는, 몇 년째 "나는 안 되는 애"라고 믿어버린 아이가 있었습니다.
30점대에서 시작한 아이. 재능이 아니라, 방향의 문제였습니다.
저는 점수부터 올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부터 세웠습니다. 그리고 매주 단어시험, 오답 기록을 쌓으면서 이 아이가 정확히 어디서 무너지는지 찾았습니다.
데이터가 쌓이니 보이더군요. 이 아이는 영어 전체를 못하는 게 아니라, 딱 몇 군데에서 반복해 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약점만 집중해서 쳤습니다. 잘하는 건 굳이 더 붙잡지 않고, 막힌 곳만 정확히.
자기 속도로 다시 걷기 시작하자, 점수가 따라왔습니다.
그렇게 자기 속도로 다시 걷게 하자, 점수가 움직였습니다. 30점대에서 93점. 그리고 그 학기, 이 아이는 학교에서 성적 향상 상을 받았습니다.
상장을 받은 날, 그 아이가 웃었습니다. "나는 안 되는 애"라고 믿던 아이가, 다시 웃었습니다. 저는 그 얼굴을 잊지 못합니다.
이 아이가 갑자기 머리가 좋아진 게 아닙니다. 30점대였던 아이와 93점을 받은 아이는 같은 아이예요. 달라진 건 끝까지 데려가는 방법이 생겼다는 것뿐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30점대라도 괜찮습니다. 그건 재능이 아니라, 아직 풀리지 않은 매듭 하나일 뿐이니까요.
시은영어학원 원장 김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