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학습법

틀린 게 마음 아픈 아이에게

시은영어학원 · 시흥동 영어 이야기

틀린 문제 앞에서 우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채점을 하다 보면 가끔 그런 아이가 있습니다. 빨간 줄이 그어진 시험지를 받아들고, 점수보다 먼저 표정이 무너지는 아이.

틀린 게 분해서가 아닙니다. 틀린 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서입니다. "나는 또 안 됐구나" 하는 마음이 점수보다 먼저 와버리는 거죠. 저는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이 아이가 틀린 문제보다 더 아픈 걸 들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틀린 건 잘못이 아니다. 그냥 위치다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틀린 건 네가 못나서가 아니라, 지금 네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알려주는 표시일 뿐이라고.

시험지의 빨간 줄은 "너는 안 되는 아이"라는 판결이 아닙니다. "여기서부터 다시 보면 된다"는 화살표입니다. 틀린 자리를 정확히 아는 아이가, 사실은 맞은 개수만 세는 아이보다 훨씬 빨리 올라갑니다. 틀린 곳이 보여야 고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틀린 문제를 빨리 덮어버립니다. 보기 싫어서요. 마음이 아프니까. 저는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덮어버린 자리는 다음 시험에서 똑같이 또 틀립니다. 아파서 안 본 자리가, 결국 가장 오래 발목을 잡습니다.

"많이"가 아니라 "맞게" 틀리는 법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틀리는 걸 무서워하지 말라고 합니다. 대신 틀렸으면 그 문제를 끝까지 들여다보자고 합니다. 왜 그 답을 골랐는지, 어디서 생각이 미끄러졌는지,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이상하게도, 틀린 걸 말로 설명하고 나면 아이 표정이 풀립니다. 틀린 게 막연한 부끄러움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한 가지 실수로 바뀌니까요. "아, 나는 여기서 이렇게 잘못 봤구나." 그 순간 아이는 틀린 문제 앞에서 더 이상 작아지지 않습니다.

틀린 게 마음 아픈 너에게

혹시 지금 틀린 시험지를 보며 마음이 무거운 학생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틀린 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네가 지금 정확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시험지가 솔직하게 알려준 것뿐이다.

그 자리를 아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다시 세워질 준비가 됐다는 뜻입니다. 무너진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아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부담 없이, 우리 아이의 현재 위치부터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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