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다 영어가 느는 속도는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한 번 듣고 알고, 어떤 아이는 세 번을 들어야 겨우 잡힙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느린 아이를 보며 "이 아이는 안 되나 보다" 하고 마음속으로 선을 그어버립니다.
정말 그럴까요. 느린 것이 과연 문제일까요.
느린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방향이 틀린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고2 11월, 영어 60점대였던 아이
문일고에 다니던 K군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지금은 의대생이 된 아이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11월 모의고사까지, 영어 점수가 60점대였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숫자만 보면 누구나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고2 끝나가는데 아직 60점대면 늦었다." 실제로 그 시기, 그 점수를 받아 든 많은 아이들이 영어를 포기합니다. 점수가 안 오르니까, 자기는 머리가 나쁜 줄 알고 손을 놓아버립니다.
하지만 K군은 달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K군의 공부 방향이 달랐습니다.
점수는 멈춰 있었지만, 안에서는 자라고 있었다
그 아이의 점수는 60점대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매일 자라고 있었습니다. 모르던 단어가 줄어들고 있었고, 어제는 못 끊던 문장을 오늘은 끊어 읽고 있었습니다. 해석이 나날이 또렷해지고 있었습니다.
점수는 가장 늦게 움직이는 신호입니다. 단어가 쌓이고, 문장이 보이고, 글의 구조가 잡히고 — 그 모든 것이 충분히 차오른 다음에야 비로소 점수라는 형태로 터져 나옵니다. K군은 그 차오르는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것입니다.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이,
사실은 가장 깊이 자라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만약 그때 누군가 점수만 보고 "넌 안 된다"고 했다면, 그래서 그 아이가 방향을 의심하고 흔들렸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랐을 것입니다. 다행히 K군은 자기가 가는 방향이 옳다는 것을 믿었고, 묵묵히 그 길을 걸었습니다.
결국, 터졌다
그리고 수능에서, K군은 영어를 포함한 전 과목 1등급을 받았습니다. 상위 1%였습니다. 11월까지 60점대였던 아이가, 두 달 남짓한 시간을 지나 그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기적이 아닙니다. 갑자기 머리가 좋아진 것도 아닙니다. 그저 옳은 방향으로 쌓아 올린 것들이, 마침내 점수가 될 만큼 충분히 차올랐던 것뿐입니다.
지금 느린 당신의 아이에게
지금 아이의 점수가 더디게 오른다고 해서, 그것이 곧 한계는 아닙니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이렇게 느리지"가 아니라, "지금 이 아이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입니다.
방향이 맞다면, 느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도착합니다. 방향이 틀렸다면, 아무리 빨리 달려도 엉뚱한 곳에 닿습니다. 그래서 시은영어는 점수표를 보기 전에 아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우리는 무너진 아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방향을 바로잡고, 끝까지 다시 세웁니다.
K군이 그랬듯, 당신의 아이도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자람을 점수가 아닌 눈으로 알아봐 주는 것 — 그것이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